저는 요즘 서울한영대학교에서 종교개혁사를 배우고 있습니다. 종교개혁의 배경에는 반드시 성경 번역이 따라왔습니다.
존 위클리프, 얀 후스, 르페브르, 마르틴 루터, 윌리엄 틴데일의 성경 번역은 광부나 농부 심지어 만7세 아이들까지 읽을 수
있는 쉬운 단어와 문체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신학자 찰스 크래프트는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과 부흥의 비례 관계를 상당히 강조합니다. 너무 어려운 고어체로
성경이 보급될 경우 노년층이나 지식인층 밖에는 독자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여전히 중세 영어로 된 킹 제임스 버전을 고집하는 보수 교회들은 상당히 고루한 침체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70년대에 현대 영어인 NIV 성경을 번역하고 작은 부흥을 맞이했습니다. 이후 밀레니엄 시대에
원문에 더 충실한 ESV 성경을 출판하여 또 한 번의 작은 부흥도 경험하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는 대다수의 교회가 아직도 공예배 때 고어체인 개역한글판 성경이나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개역한글판을
근소하게 현대화 시킨 개역개정판 성경을 읽고 있습니다.
제 나이가 39세인데, 개역한글판과 개역개정판 모두 고어체여서 초등학교 때부터 입문했던 현대 한글과 너무 차이가 심
하여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어로 나온 성경 중에 현대인의 성경과 아가페에서 나온
쉬운 성경, 그리고 2000년대에 나온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 등을 읽다가 히브리어, 헬라어 원문과는 생략된 부분이
많고, 메시지 성경의 경우는 의역 성경이라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공동번역의 경우는 외경이 포함되어 역시 경계해
야 했습니다. 외경인 마카비서의 경우 연옥에 대한 것이 언급되어 있어, 초신자들이 읽기에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두란노에서 우리말 성경이 나오자, 저는 상당히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현대어로 되어 정서
적으로 친근하며, 따라서 성경을 읽는 속도가 늘어 다독과 동시에 정독에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히브리어, 헬라
어 원문에 대한 충실성과 북한 성경에 대한 참조까지 하여 권위를 더욱 높였습니다.
개역한글판의 특징은 RSV 영어 성경을 번역한 것인데, 히브리어와 헬라어 번역에는 상당히 충실합니다. 하지만 사도행전
만 살펴봐도, 한자어 중에 “바울이 겨울이 지났다.”는 말을 “과동(過冬)하였다.”라고 나와서 상당히 젊은이들이나 어린 아
이들이 읽기에 난해하기 짝이 없습니다.
개역개정판의 경우는 히브리어와 헬라어 원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그저 개역한글판의 미세한 현대적 언어교정에
불과하여 성경 원문과 거리가 있으며, 역시 젊은 층에 정서적으로도 고어체로 느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80년대 중반에 나온 새번역 성경은 현대 한글로 씌였지만, “여호와”, “주님”, “하나님” 이란 단어에 있어서 명확히
구분을 못하고 있습니다.
쉬운 성경의 경우는 역시 원문이 약간 생략된 부분도 있고, 전도서 부분을 보면 “짐승의 영이 땅으로 내려가고, 사람의
영은 하늘로 올라간다.” 라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말 성경에서는 정확하게 “짐승의 혼은 땅으로 내려가고, 사람의 영은 하
늘로 올라간다.”라고 영과 혼과 육의 3분법을 정확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말 성경의 단점은 온누리 교회의 파라 처치(para-church)인 두란노에서 독점하여, 그 외의 다른 교회에서
는 별로 읽혀지지 않는 실정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성경은 낫 놓고 기억자 모르는 사람까지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현대어로 읽혀져야, 성경을 통한 부
흥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편, 아프리카 현지에서 선교할 때 아프리카 언어인 스와힐리어를 현대어로 성경을 번역했더
니, 신유를 통한 부흥과 말씀이 함께 들어가 더욱 더 풍성한 열매를 수확했다고 찰스 크래프트는 전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많은 목사님들과 신학자들이 힘을 합해서 젊은 세대들을 위해 현대어로 된 성경 번역을 통해 다가올 남북
통일과 함께 다시 한번 기독교의 부흥을 이뤄냅시다!
사랑교회 성도 김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