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서 인부들과 함께 호흡하며, 자재를 사다 나르고, 물을 공급해 주며, 허드렛 일에서부터 총감독에 이르기까지 땀과 먼지묻은 현장에서 선교 소식을 전하기까지가 왜그리 어려웠던지 그간 소식이 뜸했음에 용서와 이해를 구해봅니다.
지난봄 한국을 방문하면서 이곳 오지의 어려웠던 삶들에서 잠시 도피하고 싶기도 했었지만 이곳 선교현장의 소식을 한국의 여러 동역자님들과 나누기를 원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의 예비된 종들을 통해 이곳 우간다에서 새롭고도 불가능하게 보였던 역사들을 이루어가게 되었습니다.
특히 금년 여름에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이곳 선교현장을 찾아와 기꺼이 힘과 노동으로 이곳 선교지를 아름답게 만들어주신 미국의 양DG 어르신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74세의 젊지 않은 연세지만 저보다도 더 강한 체력을 보여주시면서 그동안 옷장도, 부엌찬장도 없이 살던 저희 가정에 멋진 옷장과 부엌찬장들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약 3주간의 사역을 마무리하시면서 저희 컴파운드안에 있는 작은 기도실 옆에 커다란 십자가를 기념으로 세워주셨습니다. 높낮이 균형도 맞지 않고, 좌우 길이와 각도도 다르고, 모양도 없고 대칭도 맞지 않는 못생긴 십자가였습니다. 그러나 못생긴 십자가가 주는 교훈은 더욱 컸습니다. 십자가는 잘 생길 필요도 없고, 화려하고 멋질 필요도 전혀 없는 십자가는 십자가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사족을 달듯이 굳이 비쌀 필요도 없고, 잘 만들 필요도 없고, 그저 십자가의 역할만 하면 되는 그 십자가를 지나치게 물질문명으로 덮어버리고 있는 현실이 잘못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90세까지 하나님이 허락하신다면 열심히 세계를 다니시며 몸으로 헌신하며 선교하시겠다는 그분의 헌신과 땀과 수고가 귀하게 느껴집니다.
저희 가정도 이곳 우간다의 오지에 정착한지 1년 반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저희 집짓는 작업에 혼신의 땀을 흘리다가 금년은 동아프리카신학교와 암미선교센터 공사가 은혜가운데 진행중에 있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시고 하나님의 역사가 이곳 현장에 넘쳐나는 그 날을 위해 함께 해 주십시오.
금년 한국방문중에 어느날 새벽 평소 시를 쓰지도 않고 소질도 없는 분야이지만 감동이 주어지는대로 적어보았습니다. 땀과 눈물과 아픔이 함께 새겨진 아프리카 오지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이겠지만 여러번 읽다보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지의 찬가가 온 대지에 울릴때까지, 주님의 나라가 임하는 그 때까지 함께 나아가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지의 찬가 - 이헌도선교사
오지로 갔더니 거기에는 세상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멀리 있는 듯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세상은 죽어서만 떠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세상, 세상 속에 세상이 아닌 세상이 오지였습니다.
세상을 멀리했더니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세상에 묻혀 있을 때에 그 많은 것들 속에 질식하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문명을 자랑하고, 문명을 따라갔던 우리가 사실은 문명의 노예는 아니었나 싶습니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불필요한 것을 던져버린 채 소중한 그 무엇을 추구하기는 참 좋았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등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세상은 더욱 잘 보였습니다.
시야를 가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순함 속에서 참 맛을 느끼기는 더 쉬웠습니다.
삶의 본질을 알아가기에는 더욱 간단했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에 중요한 것들은 많았습니다.
삶도 있고, 생명도 있고, 그분도 있었고, 그분의 세상도 있었습니다.
영혼들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동안 본질을 놓치고 비 본질을 위해 살아왔던 세월이 너무 길었다 싶습니다.
세상 속에 갇혔다가 이제는 세상을 초월한 자가 된 듯 철학자가 되기도 합니다.
세상 속에서 세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세상이 멀어진 오지에서 그 세상이 보여 지니 이건 무슨 까닭인지요.
수돗물이 없어도 빗물이 공급되고,
전기가 없어도 태양열이 생산되고,
도시의 네온사인이 없어도 금가루 뿌려진 듯 반짝이는 별빛이 많아 아쉬움도 없습니다.
가진 것이 많아야 복을 받은 줄 알았는데
많은 것 필요 없이 빈손일 때가 더 큰 복임을 깨닫게도 되었습니다.
무거운 것이 은혜가 아니라 가벼운 것이 은혜였습니다.
오지의 삶은 내려놓는 삶이었습니다.
오지의 삶은 세상 것을 포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 폰을 쥐어야지 스마트해지는 것이 아니듯
가진 것이 없다고 가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곳은 정작 가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학교였습니다.
그래서 광야학교의 첫 우등생이 모세였는지도 모릅니다.
오지의 불편함이 사명을 약화시키지 않고
오지의 열악함이 선택을 후회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적당한 어려움은 지극한 사명을 방해할 수 없었습니다.
오로지 지극 정성을 다해야 하는 곳, 그래서 오지입니다.
오로지 지상 대 사명을 위해 전력을 다 할 수 있는 곳이 오지입니다.
오늘도 지금도 그분의 사명을 따라 사는 곳이 오지였습니다.
생존조차 위협받는 오지에서 거룩한 중독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오지에서의 축복입니다.
비교할 수 없는 오지에서의 특권이 있습니다.
세상은 멀리 있고 그분의 나라가 가까이 있다는 그것입니다.
◎ 사 역 보 고 :
1) 동아프리카신학교 강의동 건물 공사 계속 중(현재 절반 이상의 공정이 진행중)
2) 암미(AMMI) 기념행사 - 암미 Re-Union Day 행사를 암미 졸업생들과 목회자들이 기념.
3) 신학교 부지 철조망 작업 완료.
◎ 기도제목 :
1) 동아프리카신학교(EATC) 강의동 건물 공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2) 동아프리카신학교 내 예배실 및 대학본부가 들어가는 복합건물이 세워질 수 있도록
- 경비를 줄이고 건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사무실, 도서실, 예배실이 들어가는 단일 건물을 건축하기 위해 후원을 기다립니다(예산 5만불).
3) 암미 사역이 발전하고, 진정한 선교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귀한 사역지가 될 수 있도록.
4) 전인선교(Total life, Total mission)를 위해 필요한 많은 일군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아프리카(Africa) 우간다(Uganda)에서
이헌도, 현여진 선교사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