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 압두마나포바의 수술 전 척추 X선 사진. 척추가 S자 모양으로 심하게 휘어져 있다. 오른쪽은 수술 6개월이 지난 지난달 19일 칼루스오르도에서 만난 엘리자.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밝게 웃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칼루스오르도에 사는 엘리자 압두마나포바(15·여)는 허리가 굽은 채 10여년을 지내왔다. 지난 3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서울아산병원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수술을 받아 허리를 펼 수 있게 된 그의 집을 지난달 19일 찾았다.
엘리자는 2살 때 폐렴 수술을 받다 그 후유증으로 척추가 108도 휘게 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치료시기를 놓쳤고 시간이 지나서는 키르기스스탄 안에서 수술할 의사를 찾을 수 없었다. 비싼 수술비와 감염 위험도 부담됐다.
척추가 휘며 폐와 장기들이 자리를 못 잡아 숨이 자주 막혔다. 의사들은 “이대로면 스무 살을 못 넘긴다”고 말했다. 엘리자의 사연은 기아대책 회보 1∼2월호를 통해 한국의 독지가들에게 소개됐다. S자로 심하게 휜 엘리자의 X선 사진이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엘리자는 아직 뛰기는 힘들지만 천천히 걷는 것은 괜찮다. 허리에 4개의 수술용 나사를 심고 몸을 늘리는 수술을 하는 등 한 달간 수술을 견뎌냈다. 엘리자는 “수술 때는 정말 아팠다”며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서 있어도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수술 후 한복을 입고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와 종로구 정독도서관을 찾아 예쁜 사진도 찍었다.
이날 집에서 만난 엘리자의 허리는 45도가 휘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몇 개월 전까지 S자로 심하게 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도배도 되지 않은 집에 사는 엘리자였지만 어느 때보다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에서 청소 등 허드렛일을 해 자녀를 키워 온 엘리자의 어머니가 올해 늦둥이를 봤기 때문이다. 엘리자도 시종일관 어린 동생을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보였다.
“한국에 계신 후원자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도와주신 것 잊지 않겠습니다.”
엘리자가 정독도서관 아래에서 찍은 벚꽃 사진을 바라보며 수줍게 말했다. 가족들도 한국의 후원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엘리자의 꿈은 외과의사가 돼 자신처럼 아픈 사람을 돌보는 것이다. 요즘에는 한국어 공부와 무용에 흠뻑 빠졌다.
칼루스오르도=글·사진 김동우 기자
[출처] - 국민일보